생각과 글/[감상]만화영화 등

장자연 파문 그리고 천년여우

goodcomic 2009. 4. 4. 14:34

요즘 장자연이란 신인여배우가 자살하며 남긴 문건으로 시끄럽다.

연예인의 자살이 한두번 있었던건 아니지만

성상납이란 자극적인 코드가 숨어있어서 더 깊이 파고드는것 같다.

또 시끄러운 정치상황에서 시선을 돌릴수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듯도하고...

 

여배우가 자살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연예계의 화려한 모습과는달리 현실은 시궁창과 같았을것이다.

술집 접대부처럼...자괴감이 견딜수 없었을것이다. 그만큼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죽음을 선택해선 안되는건데 안타깝다.

 

최근에본 애니메이션 과 묘하게 접목되는게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천년여우'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일찌기 '퍼펙트 블루'라는 애니로

 실사같은 애니묘사와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한 내용으로

수작에 꼽히는 작품을 만들어낸 '콘 사토시'라는 감독의 작품이다. 

포스터에 있는 천년에 걸친 사랑... 이런말에 낚이면 안된다.

기대에 비해 재미가 급감 한다.

처음 천년여우라고해서 여우가 천년동안살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줄알았건만....  

   

먼저 퍼팩트 블루의 주된 줄거리는 아이돌에서 나이가 들어 성인연기자로 옮겨가려는 여자 가수의 정체성 혼란을 다룬작품이었다.

 

천년여우 또한 섬세한 여성에대한 심리묘사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꽤나 참신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주된 줄거리는 한 꼬마여학생이 일본의 전쟁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은퇴한 노년의 여배우로 성장하기의 과정을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한사람을 그리워하며 쫓는 여인을 그린 로맨스영화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보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만화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처음과 마지막 부분이다.

 

주인공 치요꼬는  중학교시절 전쟁으로 미쳐가던 세상의 반체제인사인 미술학도를 숨겨주며 그를 평생 짝사랑 하게 된다.

그가 만주에 간다는 말에 만주에서 선전영화를 촬영하기로 결심한후 줄곧 그를 쫒아가지만 그는 먼저 떠나버린다.

그 과정에서 여배우가되면 그가 찾아 와 줄것이라 믿으며 영화를 계속 찍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느덧 결혼도하고 중년에 다다른 여인은 그사람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것에 슬퍼하고,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보고 알게된다.

그사람이 기억하는건 자신의 어릴적모습이란걸...

또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않다며 은퇴를 결심한다.

노년이 된후 여배우는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담벼락에 그가 그린 어린시절 자신의 얼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의 우주영화의 촬영장면 대사에서 여배우가 하는말은 이영화의 모든것을 함축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올수없는 길을 떠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멀리 떠난다.

그사람을 만나지 못할것이라며 그녀를 말리는 사람에게 하는말.

' 못 만나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난......왜냐하면 난 그 사람을 쫓는 내가 좋거든요. '

사람은 늙는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와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모습이변해도 내가 아닌것은 아니다.

 

자신을 좀더사랑한다면 자살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것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더 밝은 미래가 있을테니까.

 

 치요꼬와 이름도 모르는 그사람을 숨겨주며 창고에서나눈대화를 보면 이영화의 또다른 주제가 숨어있다. 

 

남자가 소중히 간직한 캔버스를 보며 치요꼬가 묻자.


남자
아직 미완성이야. 고향에 가서 완성할꺼야. 내 고향은 겨울엔 온통 눈으로 뒤덮이거든. 지평선까지 말이야. 그 곳에 이젤을 놓고 추위와 싸우며 그림을 완성할꺼야. 그 곳에 서 있으면 별천지에 온 기분이 들지.

치요꼬
저도 가 보고 싶어요.

남자
그래? 평화가 찾아오면 반드시 널 부를께.


치요꼬
(창밖을 바라보며) 보름달...

남자
보름달은 내일이야. 난 저런 달을 제일 좋아해. 보름달은 점점 야위어 가지만, 14일 째인 달은 보름인 내일이 있어. 내일이란 희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