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무서운 여자선배
어려서부터 만화그리기를 좋아하는 신입생이 있었다.
기대했던 대학의 수업이 고교시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운 뭔가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아리 모집 광고가 붙어있는것을 보았다.
그림동아리…. 그림도 괜찮을것 같았다.
그런데 식당기둥 귀퉁이에 붉은 마분지에 검은 매직으로
성의없이 쓰인 '만화동아리' 라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만화동아리….
꿈에 그리던 만화를 실제로 접할수 있는것일까?
신입생은 두려운마음을 가지고 동아리방들이
줄지어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안내문에 적힌 방번호에 따라 찾은 대문앞에서니
설레임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냥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용기있게 노크를 했다.
그안에서는 '들어오세요'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맞아요. 잠시 들어와서 기다리실래요?
- 아.. 예
그안은 자옥한 연기가 가득했고 희뿌연 연기사이로 여자둘의 형체가 보였다.
연기사이를 뚫고 들어가니 두평남짓한 방에서 두 여자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한명은 한손에 담배를 들고 한손에는 종이컵을 들고 있었으며,
또한명은 담배를 입에 물고 커다란 대자보용 종이에 매직펜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담배를 손에든 여자는 신입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서 어색하지 않도록 배려 했다.
그러나 신입생에겐 그것이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는걸 몰랐다.
- 지금 만화동아리 사람이 잠깐 나갔네요. 금방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 아..예..
-무슨 과에요?
신입생은 여자가 담배피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때부터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있었다.
털털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모습은 여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자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담배를 피며 한손에든 종이컵에 가래침을 뱉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끈적한 가래침이 끊기지 않아 훅 불자 담뱃재가 날아올랐다.
신입생은 우습기도 하고 역겹기도한 광경을 꾹 참으며 아무말 없이 있었다.
- 처음엔 부담스럽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꺼에요.
힘든거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하면 내가 도와줄께.
신입생은얼굴이 붉어 졌다.
여자는 붉어진 신입생의 얼굴을 보며 부끄럼을 많이 타네 하며 웃었다.
두 여자가 웃고있는 사이 문이 왈칵 열렸다.
신입생은 죄를 지은냥 화들짝 놀랐다.
그는 3학년으로 만화동아리를 만든 노종달 이었다.
-아 종달이 왔구나. 좋겠다.드디어 신입생이 들어왔구나.
- 대자보 다적었으니까 붙이러 가자!
두 여자는 담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종달은 신입생에게 미안한듯 창문을 열어 방석으로 담배연기를 빼냈다.
- 아~ 고 가스나들 완전히 너구리 구만! 너구리…
신입생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연기가 사라지는 천장을 보았다.
그런데 연기에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윗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그림들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노태우와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잔인한 그림이었다.
사람들이 피범벅이되어있었고 웃는 대통력의 모습은 괴이했다.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운동권 동아리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종달은 여유롭게 앉은후 신입생과 대화를 시도하였다.
- 만화를 좋아하나보지요.
- 예.
- 나도 어릴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대학에 와보니 만화동아리가 없어서 친구랑 만들었지요.
- 그러시군요.근데 처음에 여자분이 있어서 놀랐어요. 만화동아리가 아닌줄 알았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신입생은 벽에 걸린 그림이 마음에 걸렸다.
- 정신이 없기는 한데 우린 누구든지 환영한답니다. 다른 친구들도 저녁에 모일텐데
그때 한번 와보세요. 술이나 한잔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자구요.
- 아.. 예 전 수업이 있어서 그만…
- 그럼 잘가고 저녁에 봐요~
인사를 마치자 신입생은 얼른 밖으로 나와 달려나갔다.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종달은 동아리방이 생긴지 몇일만에 오늘 자기 과의 후배들 몇명을 얼러서 동아리 후배로 만들었고
타 과의 후배까지 들어온것에 대해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늘어나니 방을 확보하기위해 그 너구리 여자둘이 다른곳으로 가도록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신입생은 일주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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