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comic 2018. 7. 9. 22:46



02. D-DAY 10년전


2035년 인구노령화와 출산율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산업현장과


사회곳곳에서는 인공지능로봇의 수요가 폭증했다.


 


로봇의 사용처는 단순한 장난감에서 고성능의


안드로이드까지 다양하게 발달하였으며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단순노무직의 인간은


고가 안드로이드와 비용 경쟁에 내몰렸다.


 


하이테크기술에 적응한 청년층은 관리자로 안정된생활을


누릴수 있었으나, 시류에 따라가지 못하는 청년층은


안정되지 않은 일용직으로 전전하며 국가의 보조금으로


연명해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한 청년중의 하나인 영철은 일용직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생활비는 정부의 근로장려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온 영철은 습관적으로 TV를 켜고


미리 사놓은 냉동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6평의 조그마한 방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꽉차있는 느낌이다.


 


볶음밥이 데워질동안 홈쇼핑 화면을 돌려보고 있다.


 


요란한 음악소리와함께 여성 쇼호스트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음식을 먹는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가식적으로 느껴진 영철은


채널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그채널 역시 홈쇼핑 채널이었으나 잔잔한 배경에 아리따운여성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묘한 감정을 느낀 영철은 가만히 화면을 쳐다보았다.


 


"애인이 없으십니까?


 당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당신만의 애인...


 지금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완벽한외모


 다정하고 배려심있는 말솜씨


 청소와 간단한 요리


 그리고 아름다운 밤 ..."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숫자가 나타났다.


 


"이모든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완벽한 애인


 모델 S528이 보급형 특가 9999만 9천원


 120개월할부 월 85만원으로 나만의 애인을 만나 보세요.


 학습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춰


 봉사합니다. 구매하시려면 지금바로 리모컨을 눌러주세요."


 


이미 안드로이드는 일상화 되어있었다.


다만 높은 가격탓에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을뿐이었다.


산업용로봇은 일부기능만 반영하여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나


인체와 거의 구분이 힘든 안드로이드의 경우 3억원을 호가하였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간형로봇의경우


기업에서 구매할경우 로봇세를 별도로 지급하여야하므로 사람을


채용하는것과비교해서 큰차이가 없도록 국가에서 조정하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관리의 편리성등으로 이익이 높은기업의경우


점검 산업용 저기능 로봇에서 고기능 안드로이드로 바뀌는 추세였다.


 


영철이 보고있는 모델 S528은 실제만능의 산업용 안드로이드에서


정밀한 노동기능이 빠지고 간단한 동작만 가능하도록 설정하여


로봇세를 면제받은 특판상품이었다.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성인용로봇에


 좀더 인공지능을 늘리고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든것이라고 할수 있다.


 


'3억에 파는걸 거의 2억원할인이네...


 내평상 모으지도 못할돈인데 월 85만원정도금액이면 내수입으로 가능할까?


 아르바이트비 150만원정도에 식비 40만원정도 차비 10만원 관리비 10만원..5만원남네..


 그래도 외국인 데려와서 드는 비용보다는 싸겠다.


 아이가 생겨서 피곤해질 일도 없고 할부금말고는 돈도 안들겠지.'


 


무언가에 홀린듯 영철은 구매버튼을 눌렀다.


 


"애인의 이름을 입력하세요"


 


'나나'


 


어린시절 들어본듯한 이름을 입력했다.


뭔가 홀린듯이 결제를 완료한 영철은 알수없는 흥분에 빠졌다.


 


다음날 택배가 도착했다.


배달기사 두명이와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수령증의 서명을 받았다.


 


포장을 뜯어 보니 설명서와 사람의 외형과 똑같은 모양으로


눈을감은 '나나'가 있었다.


 


사람과 똑같은 외모로 처음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회사에서 미리 입력된 영철의 개인정보를 통해 영철을 인식한 나나는


눈을뜨자보인 영철에게 인사를 건낸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나나 입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 나나를 보며 영철은 멋적은 미소를 보내며 웃었다.


 


" 허허, 이거 뭐라고해야될지 모르겠네...같이 잘지내 봐요. "


 


영철이 나나에게 손을 내밀자 나나는 영철의 손을 잘짝 잡았다.


 


나나와 악수를 한 영철의 심장이 요동쳤다.


아무리 인형이라고 하지만 예쁜여자와 손을 잡은것은 처음이었다.


 


배달기사는 정상작동여부를 확인하고는 가버렸고


 


영철은 나나와 대화를 계속하였다.


 


" 주인님 말씀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제게 시키실것이있으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해주세요."


 


" 뭐든지?" 


" 네.. 주인님..."


 


영철은 부끄럽게 이야기를 꺼내 나나와의 첫날을 보내었다.


애인을 사귀어보지 못한 영철에게 나나는 처음느껴보는


여인의 모습이었으며 처음느끼는 즐거움에 머리속이 하얗게 되었다.


 


처음은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주는 장난감이었다.


하루하루 애인이자 친구로 그 누구도 해주지못했던 만족감을 주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와보면 나나는 청소를 해놓고 간단한


요리도 해놓고 반갑게 영철을 맞이해 주었다.


결혼을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생활이 이런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뭔가 가슴한구석에 알수없는것이 쌓여갔다.


사람이 아니란것 말고 나나는 나의 반려자가 되지 못할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3년이 지나갔다.